진수의 세상사는 이야기

포기란 배추셀때 쓰는 말이다.

꿈꾸는 트레버 2008. 2. 25. 16:42

어제 저녁 우연히 체널을 돌리다가

69살 할아버지가 대구 공원근처 폐차에서

생활 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넉넉한 웃음속에 진한 감동이 숨어있었다.

65살의 아내는 갑상선 저하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고

36살의 아들은 고등학교때 이유없이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해서 정신연령이 초등4~5학년 수준이란다.

 

그 아들은 집안에서 바깥출입을 삼가고

멍하니 앉아있다.

텔레비젼을 보고 깔깔 거리고

주는 밥이나 먹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할아버지는 허허 웃으시며

차비가 아까워 열흘에 한번정도 집에 가신다.

아내가 끓여준 누릉지밥을 먹고

한 숨 자고 또 다시 근처 아파트 경비원으로

나가신다.

 

세상 사는게 왜 이리 불공평하나 싶어

가슴이 메어지는거 같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할아버지 계좌로

송금을 하면서 세상이 원망스럽다.

며칠전 고생 고생하며 공사해준 곳에서

장판이 왜 이리 많이 들어갔느냐며

타일이 왜 이리 많아졌냐고?

따질때면 내가 무슨 사기꾼인가 싶어

세상이 넘 미워질때가 있다.

 

양심껏 사는 세상에 남이 날 알아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양심껏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는게 아닐까?

선약이 있어서 선배와의 동행을 못했다면

이해하기 보다는 선배와의 약속이 더 중요하다며

선약도 파기해야 한다는 그 선배가 야속하고...........

 

도대체 이 세상에서 우선의 기준이 뭔가?

착각에 빠질때가 있다...............

이럴때 침체된 내 가슴에 폐차에서 생활하시는

그 할아버지의 말씀이 떠 오른다.

"포기란 배추를 셀때 쓰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