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도 병이런가.......
어제 급하게 원룸 도배 공사를 해 달라고 했다.
기사들에게 전화해도
쉬는 기사가 없었다.
할 수없어 내가 직접 공구를 챙겨들고 나갔다.
그러나 오래동안 쉬었던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더구나 바퀴벌레가 구물거려 움직이지도 못하겠다.
작은 틈새는 바퀴벌레가 고물 거린다.
온 몸이 스물거리는것 같고
숨을 쉬지도 못하겠다.
싱크대를 들어내자 몇년은 썩은듯한 냄비에 가득담긴
구역질 냄새나는 썩은물.............
켁켁 거리며 치웠지만 입에 고인 침도 삼키지 못하겠다.
바깥에서 시원한 바람좀 쒸고 갈려고 복도에 나왔는데
힘겨운 할머니 한 분이 재활용 박스를 안고 가신다.
원룸에서 장판 걷어내는것 할머니 보고 가져가라고 하시면
좋아하실것 같아서
"할머니 여기 장판 제가 일 마치면 가지고 가세요"했더니
그 할머니 급했던지
일 하는데 장판 가지고 가려다 힘에 부치자
젊은 양반이 좀 도와주면 좋겠다며 혼자말 처럼 중얼 거린다.
차라리 안 들었으면 좋으련만
높은곳에 올라가서 일 하는데 그 소릴 들어도
역시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할머니 일 마치면 제가 바깥에 다 내다 놓을게요"해도
"그러면 누가 가져가지 내 한테 돌아옵니까?"하며
기어코 들고 가신단다.......
내가 옮겨주고 하면서도 내가 왜 이런일을 사서 하는지 모르겠단 마음이 든다.
물론 얼른 옮겨 드리고 하면 좋겠지만
공사가 힘 드니까 마지막에 재활용 갔다 놓으면 가져갔으면 좋으련만........
장판을 가져가신 할머니 수시로 방문앞을 기웃거린다.
벗긴 벽지도 담아가고 싶단다.
일 하는데 얼쩡 거리며 자꾸 종이를 챙기시길래
"할머니 나중에 제가 다 담아드릴게요..자꾸 오시지 마세요
일에 방해됩니다............"하며 억지 웃음을 지었더니
할머니 "아이고 미안합니다.............나중에 올게요"하며
나 가신다.
그러나 할머니 는 이 삼십분에 한 번씩 방문앞에 기웃 거리신다.
그러다 나랑 눈이라도 마주치면 도망 가듯이 사라지고..
두어시간 후 일 마치고 비닐봉투에 벽지 남은것이랑
종이를 가득 담아두었더니 할머니는 오셔서 안고 가셨다.
그치만 일 하는 동안 내 마음은 내내 힘들었다.
왜 할머니 한테 더 잘해 주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과 공사 마치고 재활용 바깥에 내 놓으면
마음 고생 하지 않았을테데.......하는 두 마음에
서글픈 생각이 든다.
벌써 내 나이 50을 향해 전력질주 하지만
나는 언제나 젊을 수 있을런가?
오늘 하루 고민에 빠져본다.
할머니 건강하세요...................죄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