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생 974명 중 500여명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예정자 중

원장 추천을 받은 사람을 검사로 우선 임용하겠다는

법무부방침에 반발, 2일 사법연수원입소식 참가를 거부하고 연수원 기숙사 앞 등에서 집회를 열었다.

사법연수원생은 2년간 연수를 마치면 판사·검사·변호사로 진출하는 예비 법조인들이다.

'예비'라는 글자가 떨어지는 순간부터 이 사회의 법질서를 지키고 바로잡는 데 앞장을 서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예비 법조인으로서의 첫 출발을 자신의 불만을

법 절차를 통하지 않고 집단행동으로 풀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더구나 사법연수원생들은 연수 생활 2년 동안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별정직 공무원 신분이다.

법을 전공한 사람들이니 자신들은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집단행동을 할 수 없도록 금지돼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법을 알면서도 법을 어기는 것은 법을 몰라 법을 어기는 것보다 몇 배 죄가 무겁다.

자신들이 나중에 판사나 검사가 되면 다른 사람의 불법 행위를 이런 원칙에 따라 처벌할 것이다.



한 연수원생은 "불의(不義)에 항의하는 것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연수원생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해서 불의라고

단정하는 것은 법률가로서 취할 자세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아야 한다.

어떤 사건이나 사태가 불의냐 아니냐는 국가가

그 판단을 위임하고 있는 법원이나 특정 국가기관이 결정하는 것이다.

얼마 전 광주지법의 파산부 재판장이

자기의 재판부가 맡은 법정관리 회사의 감사에 자기의 친형을 선임해 물의를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그 법원의 다른 판사는 법정관리 업체의 관리인에 파산부 재판장의 전직 운전기사를 선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요즘의 법원이 이 지경인가 하고 한숨이 절로 터져 나오는데

대한민국 사법(司法)의 내일을 이끌고 갈 예비 법조인들이

첫날부터 불법 집단행동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우리 사법의 앞날이 암울하게만 느껴진다.

이와 별개로 법무부가 내년부터 전국 25개 로스쿨의 졸업 예정자 가운데

50명쯤을 원장 추천을 받아 이들이 졸업 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검사로 우선 임용하겠다는 입도선매(立賣) 방식은 문제가 있다.

원장 추천만으로 우수한 검사를 어떻게 선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일 뿐 아니라

왜 유능한 젊은이들이 검찰을 기피하고 있는가 하는 근본 이유를

깊이 헤아려보지 못하는 그 얕은 소견(所見)이 답답하기만 하다.
조선일보 사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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